***사랑하는 아들들...***
2008.3.15(토)맑음
나에게는 사랑하는 다섯 아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믿음직하고 자랑스런 서른다섯 민코랍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다재다능하고 끼가 넘치는 아들...
언제나 보고 싶고 사랑하는 아들...
언제나 아빠를 걱정하고 염려해 주는
자상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멋진 아들....민코랍니다.
앞으로 유명하고 훌륭한, 크게 명성을 만방에 떨칠
대한의,... 아니 나아가 세계적인 예술가가 될 아들입니다.
둘째는 용감하고 씩씩하던 열다섯 루키 랍니다.
95.5.5일 어린이날 청주 비행장 단장 관사에서 만난 미니핀 멋쟁이...
갈색 짧은 털에 짤라진 짧디 짧은 꼬리를 반가울 때는 잘도 흔들어대는
동그랗고 예쁜 그윽한 눈빛을 가진 사슴새끼를 속 빼닮은 루키..
첫 만남에...첫눈에... 조종복 입은 나의 무릎위에서 떠날 줄 모르던 순돌이...
엄마가 순돌이는 촌스럽다고 루키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 주셨지요.
골프장 잔디밭을 누비며 야생 고양이 대여섯 마리를 혼쭐 내주던
용감한 도밸만의 후손입니다.
말티즈 형 재롱이와 잘도 뛰놀던 루키...
아빠가 구보 할 때면 함께 따라 뛰면서 그렇게도 좋아하던 루키...
단장이 끝나고 여의도 아파트가 좁아서 이사 때까지 청주에 잘 부탁하고 잠시만
맡겨두고 왔는데 엄마가 루키가 꿈에 보인다고 하여 다음날 아빠가 새벽같이 데리 러 갔을 때 11월말 추운 사무실에서 난방도 전기도 없이 춥고 깜깜한 밤을 보낸 루 키..
부르는 나를 향해 50미터를 쏜살같이 달려와 안기며 눈물이 글썽하던 루키...
대접받던 단장 집 애견이 하루아침에 찬밥신세가 되고...
권력의 덧없음을 일찍 깨닫게 해준 루키....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없다더니..
대구 만촌동 사령관 공관에서 바람을 가르며 전속력으로 내 달리던 루키..
그러던 어느 화창한날 옆집 기무부대장집 묶어놓은 큰 진도개를 몇 번씩이나
놀려 먹다가 진도개의 노련한 꼬임에 빠져 너무 가까이 까지 다가가는 바람에
뒷다리를 통째로 물렸지요.
한입에 삼킬 듯이 화가 난 진도개에게....
아빠가 등산 스틱을 들고 달려가며 고래고래 고함을 쳐서
겨우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빠져나와 수십 바늘을 꿰맨 루키....
지금은 사람 나이로 백세가(15*7=105)넘은 노익장이 되었지요.
그 용감함은 어디로 가고 이제는 소파에도 뛰어 오르지 못하는 루키...
이빨이 두어 개 밖에 남지 않아 과일도 씹어 주어야 하는 나이랍니다.
눈에는 항상 눈물이 흘러내리고....
밤에 자다가 여러 번 숨이 막혀
낑낑대는 괴성에 놀라 깨어나 숨을 쉬도록 응급처치 한 것이 몇 번인지...
세월의 무상함과 빠름을 일곱 배수로 느끼게 해주는 아들 루키....
촌음을 아껴서 값지고 보람되게 살아야함을 깨우쳐주는 루키...
오래오래 건강하게 아빠랑 함께 해야 한다. 알았지!!!
사랑하는 루키야!!
2008.3.19(수)흐림.
셋째는 타이거를 속 빼 닮은 계룡대 출신 열 살 박이 호돌이랍니다.
97년 봄 어느 날 퇴근을 해서 아파트 2층집으로 계단을 올라가는데
웬 갓난잽이 고양이가 호랑이 얼룩무늬를 하고 나의 동약 복 바지가랭이를
물고 매달리면서 뛰뚱거리는 걸음마로 한 계단 한 계단을 따라 올라왔습니다.
아파트 앞 문까지...
조금 있으니까 이번에는 검고 흰 무뉘를 한 너무 예쁘고 고상하게 생긴 갓난잽이 고 양이 새끼가 또 따라 올라와서 아까 그녀석이랑 어울렸습니다.
두 녀석은 나중에 알고 보니 함께 태여 난 남매였답니다.
이렇게도 사랑스럽고 예쁜 남매를 두고 엄마는 저녁에도, 몇 밤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았지요.
어쩔 수없이 방에서 우유랑 치즈 먹이고 때로는 문 앞에 만들어준 보금자리 에서 놀고 자고 하였답니다.
방에서 응가를 하고는 크리낵스를 한 장씩 한 장씩 꺼내어 피라미드 같이 덮어두고 나랑 엄마등위로 바늘 같은 발톱으로 기어올라 목 위에까지 오르고 하며......
정말 예쁜 재롱을 많이도 피우곤 했답니다.
그런대 위층에 살던 ㅇㅇㅇ 네가 그렇게 미워 했습니다.
미미랑, 호돌이도
그것을 아는지 꼭 그 집 앞에 응가를 하곤 하였지요...
출근 전에 그 집 앞을 확인하고
치우는 것이 그날 일과의 시작이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앞집(김성일장군)이사 오던 날 누군가가 호돌이 누나 미미를 대리고
가서 호돌이는 외톨박이가 되었지요.
또 엄마랑 파리 에어쇼 출장 가는 날 현관문에 끼여서 국제전화로 상태를 파악하고 김 은회 보좌관에게 일러서 한 달이나 입원을 시켜 죽을 고비는 넘겼지만 뒷다리 하나를 영영 제대로 못쓰게 되었답니다.
호돌이는 세 번을 잃어 버렸다가 다시 찾아온 사나이 입니다.
한번은 장군골프연습장 가는 산길 몇 미터나 되는 배수로에 빠져 비 맞고 3일을 지나 어제와 같은 울음소리를 이상히 여긴 김 무웅 제독이 새벽 산책길에 구해 주셨지 요.
오른쪽 뒷다리에 반창고랑 붕대 감은 것 보고 제가 키우는 호돌인 줄 아시고...
또 한 번은 헌병들이 안고 가서 놀다가 초소 근처에 두었는데 집을 못 찾고
우리 부장관사 두 줄 뒤쪽에 있는 육군 관사 같은 통로에서 이틀을 지나고서
혹시 하고 찾아 나선 나와 다시 만났지요....
고양이는 개와 달라 귀소 능력이 부족하다더니 그 말이 맞나 봅니다.
그때 얼마나 혼이 났는지 그 후 얼룩무늬만 보면 겁나서 숨어 버리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한번은 예쁜 아가씨를 따라 넘어지지 않고 늠름한 모습으로 한 발작 한 발작
뒤편 야산으로 따라가다가 아가씨는 사라지고 길을 잃어 엄마랑 밤늦도록 ‘호돌’을
외쳐가며 겨우 산기슭 배수용 도랑에서 찾아 왔지요.....
그리고 대구를 거쳐 서울로 상경한 호돌이는 항상 우리 식구랍니다.
사랑하는 호돌이의 누나 미미는 호돌이를 항상 보호하고 다친 동생에게 나무 오르기도 가르치고 하던 정말로 품위 있고 고고하던 아가씨였습니다.
먹이 먹을 때도 항상 의젓하게 체통을 지키는.....
미미야! 어디서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야한다.
다시보지 못하더라도 잘 있거라..
다음에 다시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자꾸나....
사랑하는 미미야.....!!!!!!
호돌아! 본지도 3년이 다되어 가는구나...
하지만 아빠는 영지누나가 띄워놓은
너의 모습을 자주 자주 보고 있단다.
호돌아! 건강히 잘 있거라...
아빠가 서울 올라갈 때 까지.......알았지...????
우리 타이거 호돌이.....
구웃......호돌,GOOD 호돌.....!!!!!!!
2008.3.20(목)맑음
넷째는 고고하고 도도한 프러시아산인 파란 눈을 가진 다섯 살 박이 말리랍니다.
온몸이 티 하나 없이 눈처럼 하얗고 너무나 아름다운 벽안의 말리....
처음 3주 동안은 어찌나 경계가 심한지 숨어서 훔쳐만 보아야 했던 말리...
가까이 가면 무서운 소리를 내며 털을 곤두 세우던 말리....
하지만 이제는 뽀뽀도하고 낮잠 잘 때는 나의 팔을 베게 삼아 잘도 자는 말리....
누워 있노라면 배위에 올라와 얼굴을 문지르며 애교를 부리는 말리...
서울 출장 가 있는 2주 동안 동물병원에서 거의 굶다시피 나를 기다린 말리...
몸무게가 삼분의 일이 빠져가며 나만을 기다린 말리.....
너무나 대견하고 더욱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해준 말리.....
안스러움에 가슴이 아팠는데 이제는 너무너무 많이 먹고 잘도 논답니다.
이제는 출장 갈 때도 집에다가 며칠 사료랑 물을 주고 간답니다.
그러면 똑똑하고 예쁜 말리가 알아서 먹으며 나를 기다리지요....
똥오줌 한 번도 실수 해 본적이 없는 영리한 말리.....
새로 온 쬬코와는 한 달이 지나서야 함께 놀게 되었답니다.
별의별 친근 책을 쓰고 또 쓰서.....
이제는 쪼코를 잘도 놀려주는 말리...
그러나 큰형인 루키에게는 너무나 공손한 말리.....
예쁘고 영리한 사랑하는 말리야! 아빠랑 형아랑 항상 함께 살자꾸나...
다섯째는 너무나 눈이 잘생긴 일곱 살 박이 요크샤테리아 쬬코랍니다.
2006.6.19일 길을 읽고 굶주림에 지쳐 헤매이다 영지누나를 만나 졸졸 따라와
우리 식구가 된 기막힌 사연을 가진 쬬코랍니다.
아빠가 서울서 대려와 마리랑 함께 형제가 된 쬬코...
깡패같이 으르렁대며 아빠 손을 몇 번이나 물어대던 쬬코....
한 달 동안 칸을 막아 말리랑 따로 따로 지나던 쬬코....
말리가 쬬코에게 넘어가 한바탕 탐색전과 야단을 치른 후 둘이는 친구가 되고...
이제는 나란히 소파에 누워 낮잠을 즐긴답니다.
날로 날로 재롱이 늘어가고 조금씩 온순해가는 쬬코....
루키 형이 자다가 숨 막히면 어느새 달려가 옆을 지켜주는 쬬코....
쬬코야! 우리 좋은 인연을 오래오래 함께하자꾸나...오래오래.....
나에게는 사랑하는 다섯 아들이 있답니다.
그래서 혼자가 아니고 항상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너무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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