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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금기연 장군의 병영칼럼(2) 조회수 7731
작성자 4 작성일 2005.01.21
새해엔 강점에 집중하자 다시 새해가 다가온다. 모두에게 희망을 가득 안겨 줄 새해가 오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심기일전해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결의를 다진다. 이번에야말로 담배를 끊고, 책을 읽고, 운동해서 체중을 줄이고, 훌륭한 아빠가 되고, 열심히 해서 승진하고….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1월1일이라고 해서 12월31일과 다를 것은 하나도 없다. 새해라고 태양이 전날과 다른 방향에서 떠오를 리도 없고, 나의 성격이 존경하는 어느 분의 것으로 바뀔 리도 없고, 입고 있는 육군 제복이 해군의 것으로 바뀔 리도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결의가 가능한 것은 일정 기간 이어져 온 여러 가지 활동을 일단 매듭짓고 새롭게 시작할 필요를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저서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강점에 집중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람은 오직 자신의 강점으로만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그러므로 낮은 역량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분야를 개선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높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 뛰어난 기술을 가진 분야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인의 강점은 무엇인가. 군인은 평균적인 사회인에 비해 아주 많은 강점을 갖고 있다. 군 생활을 통해 몸에 익힌 건강과 용기, 역경을 뚫고 묵묵히 맡은 바 일을 수행하는 실천력과 불굴의 인내심, 어떤 상황에서건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해 기어코 성공시키는 프로정신과 전우애로 맺어진 인간관계, 틀림없이 지급되는 최저생계비 퇴직연금과 언제 어디서든 관계없이 곧바로 순응하는 놀라운 적응력, 체질화된 규율과 절제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자제력 등은 누가 뭐라 하더라도 군인만의 값진 자산인 것이다. 드러커는 또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그 결과 사람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보다 약점을 피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은 그 자신 스스로에게 약점이 있다”고 한다. 늘 함께 지내는 사람끼리는 강점보다 약점이 잘 보이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군인끼리는 서로의 약점이 크게 보일지 모른다. 필자 또한 군 생활 중 우리의 강점보다 약점이 크게 보여 이를 보완하려고 애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역 후 적지 않은 일반인들의 무질서와 수준 이하의 행태를 접할 때마다 그동안 미처 보지 못한 군인의 강점이 대단함을 뒤늦게나마 실감하고 있다. 새해에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갖고 있던 부정적 인식을 떨쳐 버리자. 군인들의 희생과 봉사 없이는 사회의 그 어떤 활동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마치 늘 마시는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지내듯이 군의 존재와 군인의 가치를 경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가 미처 군인의 진가를 몰라 준다 하더라도 군인들마저 그런 잘못된 인식이나 편견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이를 깨닫고 인정하는 것으로 우리의 새해를 시작해 보자. 그리고 군인 스스로도 ‘갇혀 있다, 제한을 받는다, 어쩔 수 없다’ 등으로 부정적인 측면을 많이 보아 왔다면 새해에는 똑같은 실체의 다른 면인 ‘절제가 가능하다, 한계가 분명하다, 얼마든지 하기 나름이다’ 등으로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해 보자. 군 생활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깊이 생각하고 실천해 보자. 똑같은 군 생활도 천당과 지옥의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전화위복 한 군인이 있었습니다. 산골 출신으로 선후배도, 이끌어 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게 지낸 결과 장군의 반열에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기회에 국가를 위해 훌륭하게 아주 큰일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같이 간 군의관이 놀라 말을 못했지만 그는 지극히 담담했습니다. 그는 그 누구도, 그리고 하느님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 나한테… 하며 불평하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왜 지금… 하며 억울해하지도 않았습니다. 아마도 30여 년을 전투기 조종사로 지내며 겪은 숱한 위험과 동료들의 죽음 등을 통해 죽음과 가까이할 기회가 비교적 많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먼저 아내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될 경우 아내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또 아들과 딸을 생각했습니다. 아들과 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물었습니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의사는 당장 내일이라도 수술해야 한다고 다그쳤습니다. 그러나 그는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여러모로 검토한 끝에 그는 유명 대학 병원에 있는 친구의 도움으로 신속히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6개월은 거의 매시 화장실을 가야 하는 등 정말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전혀 내색하지 않았기에 주위에서는 그가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는 그 기간도 잘 넘겼습니다. 매 주말 백두대간 종주를 계속하며 한꺼번에 열 시간이 넘는 산행을 즐기는 등 그는 지금 생애 최고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전화위복이 된 것입니다. 지난해 가을 설악산에서도 제일 힘들다는 서북능선에서 그는 우연히 마주친 어느 노부부의 사진을 찍어 드렸습니다. 둘의 나이 합이 150년이라던 노부부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설악산의 단풍을 다시 보게 된 것을 진정으로 즐거워하며 하느님께 감사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아내와 함께 매년 설악산에 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딸이 먼저 보고 와서 적극 추천한 네팔의 마나슬루도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초기 직장암이란 조금 심한 감기나 다를 바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암이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 자신이 취한 태도를 그는 지금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진급이 돼 군에 더 남아 있었더라면 아마도 자신은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알기에 하느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즐겁고 보람된 여러 가지 활동으로 활기찬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늘이 큰일을 맡기려고 하면 그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굶주리고 궁핍케 하며 일을 망치고 혼란스럽게 하는데 그것은 심신을 연마시키고 지혜로움과 인내력을 길러내어 유능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함이다.”(맹자) 2막을 준비하자 아무리 군이 천직이고 군 체질이라 해도 언젠가는 군을 떠나 인생의 제2막을 살아야 한다. 물론 군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떠날 것이 확실한데도 2막에 대한 생각이나 준비를 금기시하거나 부도덕하게 여긴다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이다. 전역이라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사고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군을 떠나야 하는 그런 것이 돼서는 안 된다. 온 정열을 바친 근무 끝에 당당하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환송을 받으며, 축복 속에 사회라는 자리로 근무지를 옮기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만큼 전역 후의 2막에 대해 본인이 떳떳하게 말하고 준비하며, 군에서도 적극 지원하고 알선해 줘야 할 것이다. 직업 군인인 경우 흔히 만기 제대가 정상인 것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달리 보면 만기 제대란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할 때까지 버티는 것일 수도 있다. 전역을 앞둔 얼마간 후배들은 후배들대로, 본인은 본인대로 서로 눈치 보며 봐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복무 중에 전역 후를 대비하는 것이 불성실하거나 부도덕하게 비치는 측면도 없지 않고, 그로 인해 근무 기강이 해이해지거나 다른 멀쩡한(?) 이들까지 오염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바도 없지 않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고실업이 문제되는 판국이니 제대 군인들이 설 자리는 더욱 비좁아질 수밖에 없다. 통상 전역 때야말로 자녀 학자금 등 가장 돈이 많이 필요하고, 여전히 왕성한 활동이 가능하며, 군에서 축적한 노하우가 원숙한 경지에 이른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이에 대처하는 것만이 제대 군인은 물론 언젠가는 똑같이 떠나야 할 현역 후배들이 안심하고 자랑스럽게 복무케 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청춘을, 평생을 군에 봉사했는데… 하며 핏대를 올리는 경우도 많이 본다. 그에 합당한 처우를 해 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본인이 편해서, 아니면 뚜렷하게 달리 할 것이 없어서 눌러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만기가 되기 전이라도 적절한 시기에 전역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시키고 지원해 준다고 가정해 보자. 얼마든지 나가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데도 자기가 좋아서, 스스로 선택해서 남아 있었다면 복무 기간 중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 분명하지 않겠는가. 더욱 엄정한 근무 기강이 확립될 것 아닌가. 또 일정 시기가 되면 전역에 대비해 이런저런 것을 생각하게 되니 임박해서 허둥대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 것 아닌가. 밤을 낮처럼 30년 넘게 근무한 부사관이 어느 날 집에 갔더니 아이가 “엄마, 저 아저씨 누구야?” 하더란다. 열심히 전차만 정비하다가 이제 나가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앞길이 막막할 수밖에. 결혼 후 10여 년을 맞벌이로 떨어져 지내다 함께 살기 위해 전역을 지원했다는 한 친구는 동거 2주 만에 이혼할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그 또한 뚜렷한 계획이 없다며 답답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역 후의 변화는 이렇게 예기치 못한 상태로 각 개인에게 엄청나게 크게 다가올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어느 군인의 죽음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병사 두 명의 생명을 구하고 대신 순직한 고(故) 김칠섭 중령에 대한 영결식이 11월21일 오전 10시 강원도 인제군 육군을지부대 신병교육대에서 사단장(葬)으로 엄수됐다. 그리고 짧은 생애 중 그가 이 세상에 남기고 간 삶의 궤적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새삼 참군인으로서의 그의 삶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국방일보 11월22일자) 문득 얼마 전 돌아가신 고교 은사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국도가 골목으로 변하는 시골의 한 고등학교. 고향 출신으로 모교에 부임해 오신 선생님은 우리와 달리 몸집이 몹시 크셨지만 더할 수 없이 다정다감하셨으며, 우리들에게 시골 출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큰 꿈을 가꾸도록 열정적으로 지도하셨다. 그래서 우리의 사랑과 관심을 단번에 독차지한 분이셨다. 군에 입대하고 나서도 이따금 만나 뵈었지만 한동안 그럴 기회가 없었던 어느 날, 아드님에게서 연락을 받고 칠순 잔치에 참석했다. 그러나 지난번까지도 그렇게 건장하고 호방하던 모습은 간 곳 없고 대신 병색이 완연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더욱이 어떻게 손쓸 수 없는 암 말기라는 설명에는 좌중이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선생님은 입원하셨고 자식들에게 더 이상 누를 끼치기 싫다며 단호히 곡기를 끊은 뒤 근엄하게 최후를 맞으셨다. 운명 직전에는 뵙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초췌하셨지만 아마도 민간인으로서 택할 수 있는 가장 장렬한 죽음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시골 출신으로 장군의 반열에 올라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한다며 그렇게도 자랑스러워하시던 선생님을 더 자주 찾아뵈어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게 해 드리지 못했음이 너무 후회된다. 아끼던 제자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좋아하시던 선생님을 생각하던 어느 날, 문득 나는 어떤 모습으로 죽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게 둘러싸여 평화로운 모습으로? 아니면 선생님처럼 예기치 못한 질병에 시달리며 초췌한 모습으로? 그러다가 이제는 그 기회를 놓쳐 버렸지만 전쟁터에서 영웅적으로 전사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내 가슴이 힘차게 쿵쿵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군인으로서 나라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영광인가. 아니, 특권일 것이다. 젊고 패기찬 모습으로 조국을 위해 산화한다는 것은 남은 사람들에게 영원히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된다는 것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사소한 것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다는 것이요, 나아가 역사의 한 영웅으로 추앙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이 오늘날에도 성웅으로 추대받는 데는 마지막 전쟁터에서 장렬히 생애를 마감한 공덕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가 만약 절정의 어느 전투에서 전사했더라면 결코 그의 생애가 논란거리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배려와 자기 주장 요즈음 등산을 즐기는 어르신네가 많다. 간혹 걸음이 빠른 이들이 바싹 따라붙으면 불편해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걷노라면 “먼저 가세요”하며 양보해 준다. 아니면 앞지르기가 가능한 곳에서 “실례합니다”하며 지나가도 흡족해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따라오는데도 아랑곳 않고 좁은 길을 천천히 걷는 경우에는 아쉬운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새벽의 버스 안, 크게 틀어 놓은 라디오와 떠들어 대는 소리가 신경을 건드린다. 남들은 안중에도 없이 애정 표현을 서슴지 않는 젊은이들이나 길을 가다 아무렇지도 않게 침을 뱉는 사람들처럼. 배려란 자신의 것을 주장하기에 앞서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의 행동이 남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등 남을 위해 마음을 쓰는 것이다. 그러기에 배려는 자기만을 앞세우기 쉬운 오늘날,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해 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며 주위를 훈훈하게 해 살맛 나게 해 준다.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활력과 용기를 북돋워 주기도 하고, 어리고 여린 이들을 의젓하게 성장시키기도 하며, 혹여 나쁜 기운에 쏠리려 하던 이의 자세를 다시 한 번 가다듬게도 한다. 배려는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다중을 위해 일하는 공인으로서는 필수 불가결의 기본 요건이다. 배려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그러기에 흔히 자기와 같지 않다며 배척하거나 심지어 죄악시하는 세태에 배려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미덕이다. 자기와는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느낌과 행동을 인정하고, 거기에서 자기가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놓치고 있는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아량이야말로 시너지를 내는 기본이 아닌가. 한편 타인에 대한 배려가 지나쳐 자신의 감정이나 신념을 표현하지 않는 것은 길게 보면 승승의 관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타인에 대한 배려에 못지않게 자신의 신념과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자기 주장 또한 필요한 것이다. 즉, 타인에 대한 배려와 자신의 것에 대한 주장이 균형을 이루어야만 진정으로 성숙한 인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배려를 충분히 한 자기 주장은 상대방도 인정하고 들어 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때로 경멸과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군(軍)이라고 하면 주위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 작전이나 기밀 보호를 우선시해 불편이나 피해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군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넘어가기도 한다. 물론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토 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려면 개개인의 국민에게 다소의 누를 끼치는 일이 불가피하게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려 한다면 국민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배려와 자기 주장 요즈음 등산을 즐기는 어르신네가 많다. 간혹 걸음이 빠른 이들이 바싹 따라붙으면 불편해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걷노라면 “먼저 가세요”하며 양보해 준다. 아니면 앞지르기가 가능한 곳에서 “실례합니다”하며 지나가도 흡족해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따라오는데도 아랑곳 않고 좁은 길을 천천히 걷는 경우에는 아쉬운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새벽의 버스 안, 크게 틀어 놓은 라디오와 떠들어 대는 소리가 신경을 건드린다. 남들은 안중에도 없이 애정 표현을 서슴지 않는 젊은이들이나 길을 가다 아무렇지도 않게 침을 뱉는 사람들처럼. 배려란 자신의 것을 주장하기에 앞서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의 행동이 남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등 남을 위해 마음을 쓰는 것이다. 그러기에 배려는 자기만을 앞세우기 쉬운 오늘날,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해 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며 주위를 훈훈하게 해 살맛 나게 해 준다.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활력과 용기를 북돋워 주기도 하고, 어리고 여린 이들을 의젓하게 성장시키기도 하며, 혹여 나쁜 기운에 쏠리려 하던 이의 자세를 다시 한 번 가다듬게도 한다. 배려는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다중을 위해 일하는 공인으로서는 필수 불가결의 기본 요건이다. 배려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그러기에 흔히 자기와 같지 않다며 배척하거나 심지어 죄악시하는 세태에 배려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미덕이다. 자기와는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느낌과 행동을 인정하고, 거기에서 자기가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놓치고 있는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아량이야말로 시너지를 내는 기본이 아닌가. 한편 타인에 대한 배려가 지나쳐 자신의 감정이나 신념을 표현하지 않는 것은 길게 보면 승승의 관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타인에 대한 배려에 못지않게 자신의 신념과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자기 주장 또한 필요한 것이다. 즉, 타인에 대한 배려와 자신의 것에 대한 주장이 균형을 이루어야만 진정으로 성숙한 인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배려를 충분히 한 자기 주장은 상대방도 인정하고 들어 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때로 경멸과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군(軍)이라고 하면 주위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 작전이나 기밀 보호를 우선시해 불편이나 피해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군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넘어가기도 한다. 물론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토 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려면 개개인의 국민에게 다소의 누를 끼치는 일이 불가피하게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려 한다면 국민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한 위임 모든 권한을 혼자 잡고 있는 상급자는 괴롭다. 모든 것을 혼자 파악하고 모든 결심을 혼자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금방 지치게 마련이다. 훌륭한 리더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하급자를 손님이나 종으로 전락시키는 사람이 아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주인이 되도록 유도하고 북돋워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급자를 각자의 위치에서 주인이 되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은 위임을 확실히 해 주는 것이다. 상급자와 하급자는 할 일이 따로 있다. 대령이 소령의 일까지 참견하는 것은 자기만 못하다고 여겨 마음 놓고 일을 맡기지 못해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손이 가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소령은 눈치만 볼 뿐 일에 대한 의욕이 사라져 버린다. 참고 기다리거나 가르쳐 주면 충분히 할 일을 맡기지 않으니 생각할 필요도 없어지고 결국은 게을러진다. 이것이 되풀이되면 소령은 아예 모든 것을 대령에게 미뤄 버리고 시키는 대로만 하려 한다. 그리고 책임도 대령에게 미룬다. 주인이 되기는커녕 종이 되기를 자청하는 것이다. 아니, 강요받는 것이다. 때로는 상급자가 일을 위임해도 하급자는 관습에 젖어, 아니면 책임지기가 두려워 모든 것을 지시받으려고만 한다. 필자가 비행단장 재직시 업무를 위임해 줘도 계속 결재받으러 오는 참모들에게 해 준 말이 있다. 장군은 대령이 아니라고, 장군더러 대령 일을 시킬 생각을 하지 말라고, 정 자신이 없어 내가 대신해야 한다면 그달 봉급을 나에게 주겠느냐고. 그러기를 몇 번 만에 단장의 참뜻을 파악한 참모들은 위임받은 바에 대해 확실히 전결권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비행단은 더욱 효율적으로 여유 있게 움직였다. 그리고 단장은 여유 시간을 활용해 더 높은 차원의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위임 후에도 그 과정과 방법을 일일이 감독한다면 이는 위임하는 척하는 것으로 성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진정한 위임은 수임자가 방법을 선택하고 수행하며 책임지는 것이다. 수임자의 책임이란 수행에 대한 책임을 말하는 것으로 전체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나 위임자의 것이다. 따라서 위임자는 수임자에게 분명한 목표와 실행 지침을 일러 주고 지원해 주며,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만 관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르치고 기다려도 일을 망칠 것이 분명한 하급자라면 위임할 일이 아니다. 위임은 상대를 믿고 일을 맡기는 것이다. 수임자가 실수했을 경우 야단쳐야 할 때는 야단을 치더라도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줘야 한다. 믿고 맡긴 위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수임자는 반성하고 고뇌하게 마련이며, 다음 기회가 주어지면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각오와 준비로 최선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신뢰는 사람에게 동기를 유발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최상의 것을 만들어 낸다. 특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주는 신뢰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발휘한다. <금기연 예비역 공군준장 kiyounk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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