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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군생활의 마지막 Happy Landing 조회수 8056
작성자 4 작성일 2007.03.13
전투조종사로서 마지막 비행을 하는 날, 지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함께 호흡하며 끈끈한 전우애를 발휘한 선후배 동료 조종사들. 그리고 묵묵히 후방에서 조종사들을 지원해 준 각 분야 지원요원들 등등 모든 이에 깊은 감사의 마음이 솟아오른다. 그러다 문득 하늘이 좋아 하늘에서 살다 하늘에서 산화한 호국영령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함께 여민다.대대에 도착해 비행 브리핑을 시작한다. 이미 수천 번도 넘게 해 본 일이건만 그때마다 손발이 차가워지는 긴장을 느낀다. 비행 중 언제 발생할지 모를 변화무쌍하고 긴박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몸이 먼저 알기 때문이다. 익숙한 절차에 따라 애기(愛機)의 시동을 걸고 미끄러지듯 주기장을 이탈, 유도로에 접어든다. 이륙 직전 늘 하던 대로 주님께 기도를 한다. ‘주님, 오늘 비행도 안전하게 임무를 완수하도록 인도하여 주소서.’ 모든 두근거림을 억누르고 엔진 추력을 최대한 증가시키자 항공기는 온몸을 떨며 활주로를 박차 올라 멀리 바라보이는 대관령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찬란한 햇살이 동해를 붉게 물들이는 가운데 그 빛이 반사돼 항공기의 명암을 선명하게 구분한다. 우리 편대는 날개를 나란히 하고 곧게 뻗은 해안선을 통과한다. 지정 고도에 도달하자 전술훈련을 시작한다. 전술선회를 시작하자 온몸에 중력가속도에 의한 압박이 느껴지며 시야가 좁아진다. 공중전투기동은 찰나의 순간으로 먹느냐 먹히느냐가 결정되는 긴박함의 연속이다. 수배의 중력가속도와 조그맣게 멀어졌다 급격하게 접근하는 적기는 내 혼을 한바탕 뺀다. 후미로 들어오는 적기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혀 머리 받침에 대고 눈을 최대한 굴린다. 적기의 공격을 피한 나는 무장을 발사할 수 있는 위치까지 접근하기 위해 적기를 압박한다. 미사일 시커(seeker) 신호음이 울리는 순간 적기는 격추되고, ‘임무 완료’라는 콜과 함께 긴장이 풀렸다. 그러자 약간의 현기증이 느껴졌다. 조그맣던 활주로가 점점 다가올 때 강하율을 줄여가며 사뿐히 안착한다. 비행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랜딩기어가 땅에 닿는 경쾌한 충격이 오늘도 무사히 비행을 마쳤다는 특별한 안도감과 함께 나를 감싼다. 해피 랜딩(Happy Landing) ! 이제 내 군 생활의 최종 비행이 이렇게 해피 랜딩으로 마쳐지고 있다. 그 얼마나 마음 졸이며 살아온 하늘의 삶이었는가 ! 나의 주님 ! 정말 감사합니다. 때론 캄캄한 뭉게구름 속에서, 때론 쏟아지는 소낙비 속에서, 때론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서 보호해 주시고 지켜주심에 감사합니다. 또 한쪽 엔진이 꺼져 긴급 착륙도 해야 했고, 야간 해상 임무 중 비행착각에 빠져 조종복을 흠뻑 적시기도 했으며, 착륙 바퀴다리가 고속에서 내려와 파손된 항공기를 비상착륙시키며 손에 땀을 쥐기도 했다. 이루 다 짚어낼 수 없는 긴 세월 동안의 복잡다단했던 위기의 순간들을 모두 대과 없이 마무리 짓게 되다니 ! 가슴 속에 밀려오는 진한 감정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하랴.매번 활주로를 지날 때마다 드린 기도가 저절로 다시 나온다. 주님 ! 활주로를 이륙하는 모든 공군 조종사들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해피 랜딩 할 수 있도록 돌봐 주소서 ! 또 그들을 위해 함께 협조하는 모든 요원도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 조국 영공방위가 완벽하게 이뤄지게 하소서 ! 신의 가호가 이 하늘을 지키는 모든 이들에게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이영종 예비역 공군준장·전 공군18전투비행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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