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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금기연 장군의 병영칼럼 조회수 8615
작성자 4 작성일 2004.11.05
軍다운 군의 사기 군은 군다워야 한다. 군이 군답지 못하면 그 존재 가치가 없어지고 국민으로부터 배척당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면 어떤 군이 ‘군다운 군’인가? 무엇보다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토 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는 사명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를 틀림없이 완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훈련하고 전술·전기를 연마하며 무기 체계 등에 대한 연구와 체력 단련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훈련 중 혹 사고도 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병사들이 낙오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아니면 너무 심한 훈련 때문이라며 상급 부대로부터 원망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이 군답게 존재하려면 각급 제대의 훈련은 계속돼야 한다. 그렇다고 현 상황을 도외시한 채 무모하게 처음부터 강도 높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가되 그 목표점을 군의 임무 완수에 충분한 정도로 높게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혹시 생길지도 모를 사고를 두려워해 적당히 훈련을 얼버무리거나, 부하의 불평이 겁나 눈치를 본다거나, 훈련 중 일어난 일부의 낙오나 사고를 사실대로 밝히기를 꺼린다면 그 훈련은 하나 마나한 것이 될 게 분명하며 그 결과는 유사시 참담한 패배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혹 훈련 중 사고가 생겼다 하더라도 충분한 준비와 교육을 한 다음에 생긴 일이라면 얼마든지 떳떳하게 밝히고, 필요하다면 용서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군으로서의 기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과정에서 그야말로 불가항력적으로 생긴 사고였다면. 이러한 훈련은 또 응석받이를 사나이로 변화시키는 국민 교육 도장으로서의 역할도 가능케 한다. 군의 사기를 말할 때 흔히 돈으로 사기를 높일 수 있는 것처럼, 또 그렇게 해야 하는 것처럼 예산 타령을 늘어놓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된다. 그러나 전투 요원들의 진정한 사기는 그렇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대적해야 할 적군을 제압할 수 있도록 전술·전기를 연마하고, 기량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며, 그 결과 상대방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 진정한 사기가 생기는 것이다. 적이 자신보다 우위에 있기에 싸우면 패배가 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아무리 맛있는 특식도 입맛을 돋워 줄 수 없을 것이요, 그 누가 칭찬하고 격려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주일 공군 무관 시절 일본 항공자위대의 전투비행대대를 방문했을 때였다.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이스라엘 공군처럼 전투 조종사가 하루에 7회까지 출격하는 훈련을 매년 한 번씩 실시하고, 겨울철 높은 산으로 탈출했을 경우에 대비해 눈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지옥 훈련을 한다고 했다. 또 해상에서의 비상 탈출에 대비해 고무보트를 타고 먼 바다에서 한나절을 보내는 등의 실전적 훈련도 한다는 그들의 자신만만한 태도에서 허풍이나 거짓이 아닌 진정한 사기를 느낀 기억이 새롭다. 내 집, 내 일, 내 가족처럼 내 집은 세상에서 가장 가고 싶고 편안하며, 있을수록 행복을 느끼는 곳이다. 지치고 피폐해진 몸이라도 언제든지 환영받으며 쉴 수 있는 곳이다. 어떤 말이든 들어 주고, 어떤 잘못도 용서받으며, 진정한 조언과 내일을 위한 인생 설계와 쇄신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내 집은 내가 하는 활동의 원동력이 새로이 충전되는 곳이며 무한한 사랑이 넘쳐나는 곳이다. 내 일은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일이다. 따라서 가장 진지하게, 가장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임한다. 더 나아지려고 끊임없이 고민하며, 어렵다고 해서 피하거나 잘못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작은 실패를 겁내 큰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미리 예측하고 있다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털고 일어나 새롭게 다시 도전한다. 내 방식대로 일하고 즐기며, 결과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책임진다. 내 가족을 돌보는 일은 나에게 있어 큰 사명이다. 보금자리와 일용할 양식을 마련해 편안한 가운데 가족 각자의 가능성을 찾아내 발전을 돕는다. 또 때가 되면 거친 황야로 내보내 가문을 이어 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들딸로 단련시킨다. 부대나 직장을 내 집처럼, 업무를 내 일처럼, 상관이나 동료·부하를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군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우선 낭비나 비능률, 부조리와 부패 등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예전부터 그렇게 해 왔다거나 다른 데서도 다 그렇게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관행주의, 그렇게 하면 욕먹게 되니 욕먹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요령껏 하자는 요령주의, 해야 하는 줄은 알지만 힘이 들고 또 안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으므로 그냥 적당히 지나가자는 적당주의, 가만히 있으면 2등은 하니까 괜히 나서지 말자는 보신주의 등의 행태는 발붙일 여지가 없게 될 것이다. 내 집과 내 일, 내 가족을 위해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조금이라도 더 낫게, 더 훌륭하게 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구경만 하는 손님이나 시키는 대로만 하는 종과 달리 오직 주인만이 가능하며, 또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녀야 할 태도이기도 하다. 주인인 가장을 비롯한 구성원 모두가 진정으로, 한마음으로 노력할 때 가능해질 것이다. 전 장병이 각자의 자리에서 ‘내 집처럼, 내 일처럼, 내 가족처럼’을 실천한다면 당장 불필요한 전등불이 꺼질 것이며, 보다 실전적인 훈련이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장병들은 군생활에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대한의 사나이로서 맡은 바 직무에 더욱 충실히 임하게 될 것이다. 주인과 손님과 종 주인은 고달프다. 물론 손님이나 종의 눈으로 보았을 때의 일이다. 주인은 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끊임없이 궁리하고 고민하며 계획을 세운다. 부대와 직장을 내 집처럼, 업무를 내 일처럼, 병사를 내 아들처럼 대하며 문제나 어려움을 피하지 않는다. 당연히 일이 잘못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필요한 조치를 적절한 시기에 취한다. 그리고 책임을 진다. 늘 마음에 두고 있으니 안 봐도 보인다. 작은 실패를 겁내지 않으니 낯선 일도 마다 않고 모험할 수 있으며 새로운 길도 즐거운 마음으로 간다. 자신의 방식대로 일하고 즐기며 결과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니 일이 잘될 수밖에 없고, 설혹 실패한다 하더라도 금방 털고 일어나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손님은 부담이 없다. 고민할 필요도 없거니와 잘못되면 코웃음 치거나 한마디 비평만 하면 된다. 책임질 일도 모험할 일도 없으며 자랑할 일도 없다. 그저 구경만 하다 문제가 생기려 하면 얼른 피해 버리면 그만이다. 마음이 내키면 체면을 구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마디 조언을 해 놓을 수는 있다. 혹시 나중을 위해서. 현명하다면 참고로 기억해 놓을 수도 있다. 종은 몸이 좀 고단하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편하다. 세상에 고민할 일이 없다. 그저 시키면 그것에 한해 요령껏 하는 척만 하면 된다. 야단과 채찍질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만. 시키는 대로 했으니 책임질 일이 없다. 그러니 실질보다 겉보기에 더 신경을 쓴다. 바로 눈앞에서 일이 벌어져도 보이지 않고 볼 필요도 없다. 하찮은 실수도 두려워 지시받지 않은 일은 아예 생각조차 않는다. 어떻게 하든 순간만 편하면 그만이다. 손발은 느리고 머리는 굳었지만 입만은 기가막히게 빠르다. 또 쉽고 광나는 일은 용케도 잘 안다. 한 곳에 오래 있어 제법 전문 지식이 생겼다 해도 활용할 필요도, 주인에게 귀띔해 줄 필요도 없다. 물론 뭐든지 제대로 될 리 없고 장래 또한 없다. 생각이 종으로 있는 한 평생 종밖에 할 게 없다. “단장님 눈에는 보이는 것이 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 참모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나름대로 정리해 본 것이지만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는 자신이 선택할 나름이다. 똑같은 일을 같은 시간에 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에 따라 그 결과는 그야말로 천지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숱하게 많은 절차와 규정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되풀이해서 강조하는 안전 수칙들도 종이 들으면 귀찮아 몰래 하품만 하지만 주인에게는 가슴을 치며 공감하는 금과옥조가 된다. 어차피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주어져 있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칭찬 듣고 인정받으며 즐겁게 할 수도 있고, 매 맞고 욕 들어가며 죽지 못해 할 수도 있다. 매 순간의 선택은 우리들의 것이다. 천당과 지옥의 선택이. 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많은 중간 계층이 손님으로 머무르기를 선택하고 또 상당수의 하급 계층은 종의 입장을 선택하고 있다면 필자의 지나친 억측일까. 최종적인 선택은 물론 개인의 몫이지만 군에서는 상관의 역할이 아주 크게 작용하게 된다. 훌륭한 리더는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부하를 손님이나 종으로 전락시키는 사람이 아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주인이 되도록 유도하고 북돋워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군복을 입고 있는 이상 반드시 명심해야 될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군인은 공인(公人)이라는 사실이다. 공인은 공공을 위해 공무를 수행하며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직자를 말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른 여러 국가 기관과 마찬가지로 군이 필요하고, 그래서 국민으로부터 받은 세금으로 군을 유지하는 것이다. 공직자인 이상 반드시 공공을 위해 수행해야 할 업무가 있게 마련인데 군은 여타 직종과 달리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신성한 임무를 수행한다. 공인은 국민에게서 지시받은 공무라는 대의명분이 분명한 만큼 주어진 일과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피하지 않고 해 나가야 한다. 힘들고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의 반대가 심해 욕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쯤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뒷사람에게 미뤄도 괜찮을 수도 있다. 또 지금껏 내려온 것이라 새삼 손대지 않더라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인은 이러한 핑계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직무상 주어진 책임을 다 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때로 상부에 건의하고 부하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이것이 없다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자기 업무에 관한 소신이 없고 비전도 없다는 증거다. 아니면 자신이 적당히 하겠으니 상대도 귀찮게 하지 말고 편하게 지내자며 타협하자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이 좋다” “좋은 게 좋다”는 것은 때로 무소신을 달리 표현하는 말에 다름 아니다. 또 적절한 제재가 필요한 때에도 인자한 덕장으로 남기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중간 부하에게 미루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부하의 눈치를 본다거나 훈련을 수준 이하로 하거나 사고 예방에만 중점을 둔다면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다. 공인은 당당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당하다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투명하게 수행한다는 것으로 그 누구도 시비를 걸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 지식을 쌓고 업무 수행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그리고 자부심을 가지고 항상 더 나은 업무 수행 방법과 적절한 시기를 생각하는 등 관심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공직자는 자기 자신이나 특정 개인 또는 부서의 편의나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를 공직에 임명하고 봉급을 주는 국민을 우롱하고 배반하는 일이 되므로. 또 직무상 당연히 수행한 일로 생색을 내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같은 문제도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 공인은 손님이나 종이 아닌 주인으로서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내 집의 내 일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항상 최선을 다해서, 허례허식을 배제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할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내 아들, 내 가족을 위한 일인데 조금이라도 더 잘하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공인은 모든일을 ‘내 집처럼, 내 일처럼,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마땅하다. 〈금기연 예 공군준장 kiyounk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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