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현 공군박물관 관장 김영환 장군님을 생각합니다.
야생마 F-51 무스탕 전투기를 조종하며 가야산 해인사 저 하늘 위를 날아가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1951년 8월 26일. 대적광전 추녀 끝 풍경 소리도 숨을 죽이고 있던 한 여름날이었습니다.
전투기 엔진 소리가 산사의 적막을 깨웠고, 편대는 산마루를 따라 사나운 매의 기세로 선회하였습니다. 조종석의 500파운드 폭탄 버튼과 캐노피 너머로 펼쳐진 장엄한 유산. 서늘한 등골, 흐르는 식은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리시버에 울리는 나직하지만 단호한 일성!
“요기(僚機)들은 명령이 있을 때까지 나를 따르기만 하라.”
서른네 해. 당신께서 남기신 삶의 편린(片鱗)들을 다시 기억해 봅니다. 식민지 조국, 군인의 길, 민족의 분단, 공군의 창설 그리고 6·25전쟁… 선택한 삶보다 주어진 삶이 당신을 지배하는 어둠의 시대였지만, 당신의 선택은 푸른 하늘처럼 늘 깨끗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당신이 선택한 ‘빨간마후라’는 공군의 유산이자 더없는 상징이 되었고,
당신의 선택으로 이 산하를 지켜낸 애기(愛機)들은 나라의 문화재가 되었으며, 당신의 선택으로 지켜낸 가람(伽藍)과 법보(法寶)는 세계의 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오늘도 오롯이 이 자리에 계십니다. 여전히 미소 띤 얼굴, 팔짱 낀 모습이군요. 당신 보시기에 어떠한가요? 해인사 사부대중의 당신을 위한 예불 소리는 청아한가요? 공군 후배들이 부르는 빨간마후라는 듣기에 좋으신가요?
1950년 7월 2일. 조국 최초의 전투기를 인수해 오던 날, 남해바다 위에서 본 서해바다 노을 풍경은 어떠셨나요? 1954년 3월 5일. 검푸른 동해바다 상공, 바다가 만상(萬象)을 비춤에 비유하여 이르는 ‘해인(海印)’의 그 바다에 전설처럼 깃드신 것도, 진정 당신의 선택이었나요?
사무치는 그리움과 연민의 가슴을 추스르면서 삼가 영면을 빕니다. 부디, 조국의 하늘과 산하를 지켜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