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조 기러기 아빠’
급증하고 있는 ‘기러기 아빠’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초·중·고생들의 해외 유학이 최근 6년 새 10배 이상 급증했다니 기러기 아빠도 그만큼 증가했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자리 잡지 못한 교육제도, 매년 2조 원에 달하는 외화 유출, 무엇보다 심각한 가정 해체 문제가 주요 지적 대상이다. 한편에서는 ‘눈물겨운 희생의 부정’이라는 동정론이, 또 한편에서는 ‘빗나간 자식사랑’이라는 비난론이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기러기 아빠가 뭐 대단히 특이한 사회 현상이라도 되는 양 떠들어대는 신문과 방송을 바라보며 어쩌면 가소로워하는, 혹은 허탈한 웃음을 날릴 아빠들이 있다. 바로 저마다 짧게는 5~6년, 길게는 10년 이상 ‘혼자 밥 먹기’ ‘혼자 빨래하기’의 내공을 쌓고 있는 직업군인 아빠들이다.
2005년 국방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부사관 이상 직업군인은 복무 기간 중 평균 16.2회 이사하며 32%가 잦은 이사 등으로 가족들과 ‘별거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읍·면 근무가 47.8%에 이르고, 이중 41.8%가 격오지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기러기 아빠나 원조격인 군인 기러기 아빠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군인이니까 당연하지’라는 한 마디로 덮어 두기에는 국가와 가족을 위한 이들의 희생이 너무 크고 소망하는 바는 너무 소박하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실력 습득이나 외국 명문대 진학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는다. 단지 자녀가 학교가 있는 동네에 살게 하기 위해, 전학 가기 싫어 우는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적어도 3년 이상 된 친구들을 사귀게 하기 위해 오늘도 흙 묻은 전투화를 끌고 아무도 없는 텅 빈 숙소로 돌아가는 것이다.
간혹 독거생활에서 오는 외로움과 부실한 식사로 폐인이 되는 사람들의 기사가 보도되기도 하지만 이 또한 군인 기러기 아빠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적진에 혼자 떨어져도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군인인지라, 자기 건강은 자기가 알아서 챙기고 워낙 흔한 경우이기에 누구에게 동정받거나 하소연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여기에다 요즈음은 기혼 여군이 증가하면서 ‘기러기 엄마’까지 생겨나고 있다.
다행히 요즈음 들어 군의 사기와 복지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군 관사 신축, 격오지 근무자에 대한 혜택, 군내 모성보호 대책 등 장기적 복지 발전 정책들이 마련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
기러기는 본래 새들 중에서 부부간 금실이 좋기로 유명하다. 짝이 죽었을 때 재가하지 않고 독신으로 여생을 마친다. 자식 사랑도 유별나서 불이 나도 새끼와 함께 타 죽을지언정 새끼를 내버리고 홀로 도망갈 줄 모른다고 한다.
기러기 아빠들이 본래의 이름에 걸맞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게 될 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해 본다.
<대위 김영실 공군17전투비행단 yskim7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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