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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스포츠, 그 위대한 전쟁 조회수 7133
작성자 관리자1 작성일 2014.02.19

기사사진과 설명
최영훈 
전 공군본부 정훈공보실장

최영훈
전 공군본부 정훈공보실장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퐁티에 따르면 신체를 가진 인간은 태생적으로 폭력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폭력은 인간 실존(實存)의 문제이므로 자의든 타의든 이미 존재하는 무수한 종류의 폭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뿐 폭력 없는 절대순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논지다.

 전쟁·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폭력 외에도 타자를 자신의 의지에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 심지어 동물의 고기를 무차별 섭취하는 것도 폭력성에 기인한다고 본다. 역사학자들이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정의하고 있듯이, 인류는 시대 구분 없이 기회와 명분만 주어지면 개인이든 집단이든 언제라도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행사해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인간의 본질적 폭력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이성과 윤리적 측면에서만 전쟁과 평화를 논하는 것은 초점을 비껴나간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 인류가 창안해 낸 최상의 폭력관리 및 전쟁예방 해법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스포츠다. 4년마다 열리는 국가대항전 성격의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가 그 대표적 사례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보듯이, 대형 스포츠 행사가 개막되면 지구촌은 집단 열병을 앓는다.

 각국 국민들은 자국 대표선수들을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들처럼 열렬히 응원하는가 하면 밤새워 TV 중계를 보면서 승패에 따라 전 국민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기도 한다. 또 조국에 영광을 바친 메달리스트들은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전쟁영웅에 버금가는 명예와 부를 거머쥐기도 한다. 겉으로 보면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과 다름없지만 공정한 룰에 따라 축적된 폭력성을 맘껏 분출케 해 세계인의 우정과 화합을 다지게 하는 효과 면에서 보면 스포츠만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위대한 전쟁(?)도 없는 것이다.

 과거 민족·지역 간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무대였던 유럽대륙이 유럽컵을 비롯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등 라이벌팀 간 프로축구 경기에 하루가 멀다고 열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제로부터 침탈의 수모를 겪은 우리 국민들이 가해국에 대한 원한과 분노를 참아 내며 그 뜨거운 에너지를 민족중흥의 대업에 쏟아 부을 수 있었던 것은 권투·레슬링·축구와 같은 거친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악바리 정신으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1960~70년대 박치기 왕으로 이름을 날린 프로레슬링의 김일, 일본선수 킬러였던 프로복싱의 김기수·유제두, 그리고 차범근·허정무·조광래 등이 현역으로 맹활약했던 축구대표팀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래저래 현대 스포츠는 지나친 내셔널리즘과 상업주의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내재적 폭력성을 해소하고 세계인을 화합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역할을 다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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