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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내리사랑 치사랑 조회수 8020
작성자 4 작성일 2006.01.20
내리사랑 치사랑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 중 처음에는 그 뜻을 알 수 없다가도 시간이 흐른 후 문득, 무릎을 ‘탁’치며 공감하게 되는 말들이 있다. 그런 것 중 하나가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다. ‘내리사랑’은 부모나 형 같은 손윗사람이 자식이나 아우 등 손아랫사람에게 베푸는 사랑을 말하며, ‘치사랑’은 그 반대말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사랑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또 ‘내리사랑’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치사랑’은 아예 있을 수 없다는 뜻으로까지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과연 맞는 말이다. 부모는 본능적이라 할 만큼 늘상 자식을 염려하고 아끼며 뭐 더 해 줄 것이 없나 고민한다. 그러나 자식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성인이 되어서야 겨우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늉을 할 뿐이다. 내리사랑과 치사랑의 가장 근본적 차이는 ‘대가’를 바라느냐, 아니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리사랑은 아무리 많이 퍼 주어도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다. 아래로 베푸는 마음은 내가 뭔가 해 줄 게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고마울 뿐이다. 그러나 치사랑은 그렇지 않다. 설령 기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어느샌가 은근히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아빠의 구두를 닦는 어린 자식의 예쁜 짓도 그 속에는 내심 용돈이나 과자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좀 커서 그런 물질적인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해도 ‘내가 이 정도 했으니 효자 소리 좀 듣겠지’ ‘이만하면 부모님도 더 이상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으시겠지’ 하는 심리적 대가를 바라게 된다. 그렇다 보니 치사랑에는 나름대로 그어 놓은 손익 분기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무제한 공짜인 내리사랑을 결코 능가할 수 없는 것이다. 요즘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철없고 혈기만 왕성했던 10대와 20대를 지나 이제 어디 가서도 어리다소리는 못 들을 나이가 됐고, 군생활에 있어서도 초급장교 시절을 지나 점점 책임지고 마음 써야 할 영역이 많아지는 위치가 됐으며, 무엇보다 내리사랑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엄마가 될 날이 몇 달 남지 않았다. 그동안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윗사람들로부터 쏟아져 내려오는 사랑을 받기만 하다가, 이제 나도 주어야 하는 입장에 처하니 그동안 받은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또 내가 갚을 수 있는 것들이란 그에 비해 얼마나 하찮을 뿐인지 깨닫게 된다. 또 내리사랑을 베푸는 기쁨도 조금씩 알게 된다. 곧 태어날 아기는 물론 수많은 인연 속에서 만나게 되는 후배들에게 받기보다는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진정 감사하고 뿌듯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내리사랑에도 경륜에 따라 등급이 있는 것 같다. 선배라고, 상관이라고, 연장자라고 호쾌하게 선심을 베풀다가도 무시로 준 것, 받은 것 따져 보며 내심 서운해했다가, 괘씸해했다가 변덕을 부리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 윗사람들에게 한참 더 배워야 할 ‘왕초보 등급’임이 분명하다. <대위 김영실 공군17전투비행단 yskim7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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