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발 가진 전우’
올해는 병술년, 개띠 해다. 십이지의 열두 동물은 물론 이 세상 모든 동물을 통틀어서도 개만큼 인간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동물은 없을 것이다. ‘오수의 개’나 ‘플랜더스의 개’ 등의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부터 ‘충성’ ‘용맹’ ‘영리함’을 상징하는 동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이러한 개 중에서도 집 지키고, 잔반을 처리하는 평범한 삶에서 벗어나 사람 못지않게 성스러운 국방 의무를 감당하고 있는 개가 있으니 바로 ‘군견’이다. 군견은 기원전 500년 페르시아 왕이 이집트 원정에 이용했으며, 중국에서도 개를 성과 요새 경비에 이용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정식 훈련받은 군견이 경비·연락·수색·운반 등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독일 군견의 활약상은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군견은 최첨단 무기 체계가 속속 개발되고 있는 21세기에도 인간의 지혜와 첨단 과학이 메울 수 없는 틈새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한편 사람도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자신만의 군번과 총이 지급되며 군인이 되듯이, 군견이 되는 과정 또한 쉽지 않다고 한다. 각 군별로 양성 과정은 조금씩 다른데 공군의 경우 모든 군견은 교육사령부 군견 중대에서 두 번의 탄생을 맞는다.
첫째는 철저한 혈통 관리를 거친 순종 셰퍼드 강아지로서의 탄생이고, 두 번째는 생후 1년이 되는 시점부터 받게 되는 6주간의 엄격한 군사 훈련으로, 이를 통해 보통 개가 아닌 군견으로서의 새로운 견생(犬生)을 시작하게 된다. 외모와 훈련 능력 검증, 종합 검진 등 까다롭게 짜인 훈련 과정을 마치면 고유의 ‘견번’과 ‘견명’을 받은 후 새로운 임무지로 떠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열에 하나는 신체상의 결함과 훈련 능력 부족으로 군견으로 임관하는 데 실패한다.
이러한 실상을 알고 나니 부대에서 마주치는 군견들이 길에서 보는 여느 개들과 사뭇 달라 보인다. 눈빛부터 개의 수준을 넘어 맹수와 견줄 만해 보이고 듬직한 체구며 경계심을 잔뜩 품은 모양새가 꽤나 믿음직스럽다.
당직 근무시 야간 순찰을 하다 보면 군견과 초병이 함께 경계 근무하는 초소에 들르게 된다. 초병이 대인 수하를 하기도 전에 군견은 멀찍이서부터 낯선 이의 접근을 인지하고, 맹렬히 짖어대곤 한다. 그 기세가 얼마나 사나운지 밤을 지새운 피곤함이 일순간에 사라지며 ‘개도 저렇게 제 할일을 똑바로 하는데…’하는 각성마저 일게 한다. 또 그렇게 짖다가도 초병의 나지막한 신호에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무릎을 착 꿇는 모습 위로 ‘충성’이라는 자막이 지나가는 것 같다.
한낱 짐승에 불과하지만 십이지신이라는 이름까지 부여하며 동물들에게서 나름의 교훈을 얻고자 했던 것은 만물의 영장으로 옛사람들이 발휘한 지혜와 겸양이 아니었을까.
병술년 한 해의 시작에 즈음해 우리도 충성스럽고 믿음직한 네 발 달린 전우를 바라보며 국방 의지를 새롭게 다졌으면 한다.
<대위 김영실 공군17전투비행단 yskim7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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