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8일 국제회의 참석차 이스라엘을 방문 중 지구촌에서 가장 위험한 한 지역이라고 하는 가자(Gaza)지역과 인접한 스드롯(Sderot)이라는 이스라엘 마을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이 마을은 가자지역과 3㎞ 떨어져 있으면서 팔레스타인 혹은 하마스로부터 지금까지 무려 1300여 발의 포탄공격을 받았으나 이스라엘 국민이 사투하면서 수호하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에 들어가자 두꺼운 시멘트로 축조된 아파트들은 아예 창문이 없이 오직 바깥 공기만을 흡입할 수 있는 벤투리(venturi)를 총총히 벽에 부착해 놓은 진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떨어진 포탄들의 효과를 차단키 위해 두꺼운 콘크리트 방벽을 마당 가득히 세워놓았다. 유치원 놀이터에는 어린이들이 안에 들어가서 놀 수 있는 큰 누에 모양 놀이시설이 있었으며 그 누에는 사실상 포탄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피난동굴 역할을 한다고 했다. 마을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경찰서 뒷마당은 지금까지 이 마을로 날아온 포탄 파편을 수거해 쌓아 놓고 그 포탄을 날려 보낸 적군의 실체, 포탄의 위력, 포탄으로 인해 희생된 희생자들 수 등을 설명하는 안보교육현장이었다.
이 마을에 사는 이스라엘인은 언제 어느 지점에 어떤 포탄이 날아와 어떻게 죽을지 한 치 앞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사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왜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없는가?”에 대한 각자 독특한 이유를 갖고 그들 스스로 삶을 선택해 자발적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필자 일행의 안내를 맡은 현장교육자는 열한 살짜리 딸을 데리고 혼자 사는 50대 이스라엘 여인이었다. 화장도 하지 않은 그 여인의 첫인상은 마치 모진 설한풍(雪寒風)을 굳건하게 견디면서 사는 야생갈대와 같았다. 그 여인은 8년 전 두 딸을 데리고 거리를 걷던 중 떨어진 포탄에 의해 큰딸은 현장에서 죽고 당시 세 살이었던 작은딸은 생존했으나 밝은 빛만 보면 방향감각을 잃어버리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그 후 더 이상 그곳에 살 수 없다는 남편과 이혼하고 불구의 딸을 데리고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여인은 “나는 왜 이곳에 살고 있는가?”에 대한 답으로서 첫째, 위험하다고 내가 이곳을 떠나게 되면 이곳은 점점 더 위험한 지역이 되고 결국 이곳은 적의 땅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나와 같은 불행한 이스라엘인의 삶의 역사를 하루빨리 종식하기 위해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이스라엘인 및 세계인에게 알리는 것이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이라 생각한다. 셋째, 남편 없이는 살아도 조국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생생한 역사적 진리를 이스라엘인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사투를 하면서 살다가 요단강 건너 저 세상에 가면 이스라엘 조국건설을 위해 먼저 간 자랑스러운 이스라엘 선조를 당당하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안보는 국민 의지와 행동의 결집임을 더욱 절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