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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안정훈장군의 병영 칼럼(2) 조회수 8424
작성자 4 작성일 2005.09.01
병사와 쇠 젓가락 지난 7월 일본 항공자위대의 이루마 기지를 방문했다. 부대장을 비롯한 참모들과 간부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쌀밥과 맑은 된장국, 다랑어 구이와 닭튀김, 단무지와 생강 절임, 야채 샐러드와 마늘 절임이 깔끔하고 담백했다. 특이한 것은 숟가락이 없고 젓가락으로만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일본은 가정이나 식당 어디에도 숟가락이 없다. 물에 밥을 말아 먹을 때도 젓가락으로 물과 밥을 저어서 입에 넣는 식이다. 자위대의 식대는 한 끼에 890엔이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하면 9000원 정도 하는 셈이다. 물가가 비싼 일본에서 이 정도 식사를 하려면 보통 2000엔 이상을 줘야 한다. 부사관이나 병사들 식사는 어떤지 물었다. 메뉴는 똑같고 다만 그릇과 받침 등이 다르다고 한다. 젊은 병사들은 생선보다 고기류를 좋아해 간부들과 식성이 반대라고 한다. 고기류 반찬이 나오면 식사 인원이 많아지고 생선류가 나오면 준다고 한다. 휴일에는 아침을 굶거나 햄버거 혹은 김밥을 사서 먹는 병사가 많다고 한다. 나라는 달라도 신세대들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 병사 식당에는 숟가락만 있고 젓가락은 없다. 일본과는 정반대다. 젓가락이 없는 이유를 알아봤더니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젓가락은 잘 잃어버리기 때문에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씻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식사하는 시간도 더 걸린다. 젓가락이 없는 건 아니다. 자장면 같은 면 종류가 나올 때는 보관하고 있는 젓가락을 지급한다. 과거에 라면도 숟가락으로 먹던 세대들이 보면 그래도 많이 나아진 셈이다. 병사들에게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을 한다. 숟가락 앞부분이 포크처럼 돼 있어서 별 불편함을 못 느낀다고 한다. 그러면서 취사병들이 지금도 힘든데 젓가락까지 사용하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걱정해 주는 속 깊은 말까지 덧붙인다. 황우석 박사가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쇠 젓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정밀함이 필요한 연구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발휘한다”고 말한 후 미국에서도 쇠 젓가락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미세한 난자에서 핵을 꺼내는 건 정밀하기 이를 데 없는 어려운 작업이다. 연구를 위해 수없이 되풀이되는 작업에 미국인 연구원이 1시간 걸릴 것을 한국인 연구원은 10분에 끝냈다고 한다. 쇠 젓가락의 위력은 생명 과학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래 첨단 과학으로 주목받고 있는 나노 과학 기술에서도 당연히 위력을 발휘한다. 바야흐로 쇠젓가락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주장이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젓가락을 많이 사용하면 30여 개의 관절과 50여 개의 근육을 움직이게 된다. 손의 근육이 발달하는 건 물론이고 뇌 운동을 촉진해서 머리도 좋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 훈련이나 작전 혹은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병사들에게 쇠 젓가락을 사용하게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안정훈 준장·공군본부 정훈공보실장 vikidad@freechal.com> 크로마이트 작전 모든 군사 작전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요소가 작전 보안이다. 그래서 작전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통상 암호명이나 가제목을 사용한다. 북한군은 남침시 ‘폭풍’이라는 암호명을 사용했다. 일본은 진주만 기습시 ‘도라 도라 도라’라는 암호명을 썼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은 ‘오버로드 작전’으로 명명됐다. 한편 작전의 목적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명칭을 부여하기도 한다. 6·25전쟁시 유엔군은 반격 작전 중 ‘뚫고 들어간다’는 뜻을 가진 ‘파일 드라이버 작전’, 그리고 ‘몰아낸다’는 ‘라운드업 작전’ 등의 명칭을 사용하기도 했다. 걸프 전쟁에서 다국적군이 사용한 ‘사막의 폭풍 작전’ 의도를 이해하기가 매우 쉽다. 크로마이트 작전은 인천 상륙 작전의 암호명이다. 크로마이트(chromite)란 철강의 한 종류인 크롬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작전 보안을 위해 의외로 평범한 암호명을 사용한 것이다. 인천 상륙 작전은 평범한 암호명을 썼지만 전쟁사에서 가장 뛰어난 작전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 상륙 작전은 맥아더 원수가 6·25전쟁 발발 나흘 후 한강 방어선을 시찰했을 때 이미 구상했다. 그는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적의 남침을 최대한 저지하면서 인천으로 상륙 작전을 실시, 남과 북에서 협공하는 포위 섬멸이 유한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구상에 따라 ‘블루 하트’(blue heart) 계획이 수립됐으나 북한군의 남침 속도가 너무 빨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상륙 작전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미 극동군 사령부 내에 합동전략기획단을 편성해 기획 업무를 맡겼다. 여기에서 인천·군산·주문진을 후보지로 하는 세 개의 안이 수립됐다. 이 중에서 인천 상륙과 동시에 낙동강에서도 일제히 반격을 개시한다는 ‘100B안’이 채택됐다. 이에 따라 7월 말부터 크로마이트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미 합동참모본부와 각군의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적의 배후에 상륙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인천 상륙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여러 차례 전문 교신과 회의가 거듭됐다. 결국 9월9일 크로마이트 작전이 최종 승인됐다. 맥아더의 뛰어난 설득력과 현지 지휘관의 의사를 존중하는 미군의 전통이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 1950년 9월15일 인천 상륙 작전이 개시된다. 닷새 전부터 65회에 걸쳐 맹렬한 공중 폭격이 실시됐다. 지원 함대는 이틀 전부터 강력한 함포 사격을 퍼부었다. 상륙 부대는 4개 구역으로 나눠 해안으로 돌격했다. 한국군 해병대는 주력 지역인 레드비치에 상륙, 가장 빠른 속도로 진격해 인천 시가지 소탕전을 펼쳤다. 상륙 다음 날 새벽 최종 목표를 달성, 인천 방호선을 구축했다. 인천 상륙 작전의 성공으로 일거에 전세가 역전됐다. 최근 신문을 보니 진보 단체 회원들이 미국의 9·11테러 발생 4주년이 되는 11일 인천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동상 철거 요구 집회를 열기로 했단다. 이들은 선봉대를 구성해 쇠사슬과 밧줄로 철거를 시도할 계획이란다. 어처구니없고 이해가 안 된다. 앞으로 평범한 시민들이 뜻을 모아 ‘크로마이트 클럽’을 만들어 인천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토의하고 전적지 답사도 하는 운동을 전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노르망디에서는 전승 기념 행사가 열린다. 우리도 매년 9월15일 인천항에서 크로마이트 축제를 벌이면 좋겠다. /안정훈 준장·공군본부 정훈공보실장 진급 이야기 조석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일반인들은 ‘천고마비의 계절’ ‘결실과 수확의 계절’ 혹은 ‘독서의 계절’이 왔다고 말한다. 직업 군인과 가족들은 ‘진급의 계절, 가슴앓이의 계절’이 또다시 돌아왔다고 느낀다. 올해 중령 진급 심사 결과가 지난 16일 발표됐다. 사관학교를 나왔지만 어려운 과정을 겪고 3차로 진급한 어느 중령 부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쌀쌀해지면 지금도 가슴이 쿵쿵거립니다. 남편이 진급하지 못한 게 내조를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참 많이 가슴 아파했습니다. 남편이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보며 가족 모두가 안타까워했습니다. 지금도 다른 군인가족들이 마음 졸일 것을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예전에는 장포대(장군 포기한 대령)나 대포중(대령 포기한 중령)이라는 말은 있어도 중포소(중령 포기한 소령)라는 말은 없었다. 이제는 중포소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내 경우에는 임관하고 12년 만에 중령 진급 심사에 들어갔었다. 지금은 1차로 중령 심사에 들어가려면 임관 후 최소한 16년이 경과해야 한다. 앞으로는 1~2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령은 과거에는 15년이면 심사에 들어갔지만 지금은 23년이 지나야 기회가 돌아온다. 그래서 중령 달기가 예전의 대령 달기보다 어려워졌다고들 한다. 또 대령 되는 게 옛날 장군되기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이맘때가 되면 군부대 주변의 음식점과 술집이 붐빈다. 초조주·격려주·기대주·확신주 등의 명목으로 술을 마신다.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진급철이니까 만나서 청탁이라도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아니다. 진급 심사를 하고 있는데 잘 봐 달라고 밥 사고 술 사는 바보는 없다. 오히려 진급 대상자가 피곤할 정도로 여기저기 불려 다닌다. 선배·후배·동료들이 동병상련의 마음에서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부대에서는 체육 대회를 리그전 식으로 열어 운동에 몰두하도록 유도한다. 당사자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몸을 던진다. 몸을 파김치로 만들어 곯아떨어지고 싶어 한다. 군대에 있는 성당이나 교회, 그리고 절에도 가장 많은 신자가 몰린다. 새벽 기도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어렵고 힘든 몸과 마음을 위안받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어쨌든 진급 심사 결과가 발표되면 웃는 사람보다 우는 사람이 더 많다. 진급 발표 후에는 뒷말도 많은 법이다. 잘됐다는 평가보다 잘못됐다고 말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진급 전체가 잘못된 경우는 결코 없다. 꼭 진급돼야 할 사람이 한두 명 빠졌거나, 자질이 미흡하다고 평가되는 사람이 한두 명 진급된 경우를 가리켜 잘못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정과 절차가 투명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면 승복해야 한다. 이번 진급에 비선된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홈런을 714개나 날린 미국의 전설적 홈런왕 베이브 루스도 삼진 아웃을 1330번이나 당했다. 실패와 함께 성공이 있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실패하시더니 드디어 성공했군요”라고 축하 인사를 하자 그는 “실패라고요? 저는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그동안의 고배는 성공을 위한 과정이었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외람되지만 내 경험도 이야기해 주고 싶다. 나는 중령을 3차로 진급했다. 대령은 2차로 진급했다. 장군은 1차로 달았다. 실망과 좌절감이 나를 힘들게 했다. 심지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늘 스스로에게 희망의 주술을 걸며 최선을 다했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크로스컨트리 경주임을 상기하자. <안정훈 준장·공군본부 정훈공보실장 vikidad@freechal.com〉 NATO(No Action Talk Only) 군생활 30년째다. 그동안 세 번의 국방 개혁 시도를 경험했다. 첫 번째 경험은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추진된 군 구조 개편 시도였다. 이른바 8·18 계획으로 군정과 군령이 분리됐고 합동군제라는 오늘날의 군 지휘 구조가 만들어졌다. 두 번째는 93년부터 추진된 국방 제도 개선 시도였다. 주로 인적 청산 위주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세 번째는 98년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군 구조 개편 시도였다. 처음에는 1군과 2군을 통합해 지작사(地作司)를 만들고 상당한 병력을 감축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줄인 것은 별로 없고 오히려 통합 사령부 몇 개를 새로 창설하고 슬그머니 끝났다. 이번이 네 번째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방 개혁을 제도화·법제화하겠다는 게 돋보이는 대목이다. 국민적 합의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며 일관되고 지속성 있게 개혁을 보장하겠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계획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어느 때보다 기대를 갖게 한다. ‘저비용 고효율의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총론에는 찬성하는 편이고 각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여러 가지 이견이 있지만 크게는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 중요한 문제를 너무 짧은 기간 내에 추진하는 게 아닌가 하고 우려를 표한다. 이와 함께 2020년까지 668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또 하나는 아직도 휴전 상태에 있는 한반도 안보 상황과 주변국의 군사력 증강 추세가 제대로 반영됐는가 하는 걱정을 나타낸다. 하지만 기우라고 보여진다. 우선 기간이 짧다는 것은 내용을 잘 알고 보면 별 문제가 안 된다. 그동안 많은 연구와 검토가 있었다. 성공과 실패의 교훈도 잘 알고 있다. 전문가와 유경험자도 많다. 각종 연구소와 대학 등에서도 지속적인 연구를 해 왔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문제라면 공감의 문제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마스터플랜을 법제화, 실천을 보장하는 것이다. 예상 재원 소요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과거 15년 동안 189조 원의 국방 예산을 사용했다. 그런데 앞으로 국방 개혁을 하려면 15년 동안 668조 원이 필요하다고 하니 당황스러운 것이다. 갑자기 졸부가 된 게 아닌가 어리둥절해진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작지만 비싸고 강한 군대’가 아니다. ‘작지만 효율적이고 강한 군대’다.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발표한 남북한 전력 지수 비교 결과를 보면 육군은 80%, 해군은 90%, 공군은 106%였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한반도와 주변 열강의 군사력 현황과 변화 양상을 살펴보자. 지금이야말로 국방 개혁을 서둘러야 할 적기임을 확신하게 된다. 국방 개혁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당위성과 수용성이 높은 어젠더를 놓고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소탐대실’을 경계해야 한다. 물론 건설적인 의견 개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말만 무성하고 행동은 없는 NATO(No Action Talk Only)는 버려야 할 구시대적 행태다. 공감대 확산과 적극적인 동참만이 성공의 요체다. 이와 함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병사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제다. 일부에서는 국방 개혁이 이루어지면 그때 자연스럽게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병사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야말로 국방 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안정훈 준장·공군본부 정훈공보실장 vikidad@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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