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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전투기, 새와의 전쟁 조회수 10155
작성자 4 작성일 2011.01.28

                   나병엽 대령 공군본부·행정학박사
공군 조종사로 근무하면서 오래 전에 겪었던 특별한 경험을 소개하려 한다.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전투기 조종사들이라 해도 비행하면서 위험한 순간을 겪는 경험은 공통 사항이다. 필자도 2500여 시간을 비행하면서 여러 번 아찔한 경험을 했다. 그중에서도 새와 공중충돌 해 비상착륙한 경험은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다.
 약 13년 전 10월 어느 날. 당시 전투기 교관 조종사로서 전투기 조종사 양성 임무를 맡고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멋지게 비행할 것을 기대하며 비행준비를 마치고 항공기로 다가갔다. 오늘은 학생조종사의 교육을 위해 학생조종사와 내가 각각 단좌 전투기를 타고 저고도 항법 비행을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항공기 엔진점검을 마치고 내가 탄 전투기가 먼저 이륙하고 학생조종사가 뒤따랐다. 맑은 하늘에 청명한 시야를 만끽하면서 임무지역으로 향했다. 기지를 떠나 약 10분이 지날 무렵 학생조종사의 비행 위치를 확인하고 내 비행기의 계기를 점검하려는 순간 갑자기 정면에서 작은 섬광 같은 느낌이 나면서 동시에 엄청난 풍압과 소음이 나를 당황하게 했다. 빨리 정신을 차리고 정면을 바라보니 정면의 윈드실드(자동차의 앞유리에 해당) 부분에 헬멧크기의 구멍이 난 것이다. 즉시 학생조종사에게 임무를 중지하고 내 항공기의 속도에 맞춰 따라오라고 명령했다. 항공기 앞유리창 주변에는 새의 혈흔이 묻어 있고 깨진 유리 파편은 조종석 안에 흩뿌려져 있었다. 풍압과 소음으로 관제사와의 무선교신이 어려웠다. 이러한 중에도 학생조종사의 안전한 비행위치를 확인했고 바로 비행기지로 기수를 돌려 안전하게 착륙했다.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새들은 정면에 위협물이 닥치면 급하강하는 특징이 있어 조종사들이 새를 발견하면 급상승해 충돌을 피하는 훈련을 하지만, 고속비행 중 근거리에서 갑자기 출몰한 새와의 충돌은 회피하기 어렵다. 시속 1000킬로미터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전투기에 조류가 충돌하면 엄청난 충격이 발생해 대부분 추락사고로 이어진다. 특히 이스라엘은 중동전에서 피격돼 추락한 항공기 대수보다 조류 충돌로 더 많은 항공기가 손상됐으며 이로 인해 조류를 추적하는 특수 레이더망을 구성해 사고에 대비했지만 조류 충돌 사고는 완전히 막지 못하고 있다.
 한국 공군은 아직 조류 충돌로 인한 항공기 추락사고는 없었으나 조종석 캐노피를 뚫고 들어와 조종사가 중상을 입는 등의 조류충돌 사례는 몇 차례 있었다.
 필자의 조류 충돌 사고 직후 공군은 조류 충돌 사례를 전 조종사에게 전파하고 각종 임무 시 조류 회피절차 및 충돌 시 조치절차를 비행 전 브리핑에 포함토록 하는 등 유사사고 재발 방지에 노력했다. 지금도 많은 조종사가 고유의 임무인 영공방위 임무완수와 함께 조류 충돌과 같은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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