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다. 전쟁 전후 북한을 지원했던 옛 소련과 중국(중공)의 학자들도 이런 역사적 사실에 동의하고 있고, 그들의 외교 문서에서도 이를 입증하는 내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6·25전쟁의 성격과 발발 원인에 대해 아직도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돼 차기 국가주석이 유력시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중국군의 6·25전쟁 참전 60주년을 맞아 참전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발언을 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시 부주석은 6·25전쟁을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의 시각에서 누구를 침략자로 호도하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북중 관계가 아무리 ‘혈맹’이라 한다고 치더라도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말을 할 정도로 북한 편들기에 나선 발언으로 보인다. 시 부주석의 발언은 중국 학자들의 6·25전쟁에 대한 평가와도 맞지 않는다. 기자의 기억으로는 지난 2005년 6월 8일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주최한 국제학술세미나에 참석한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과 장샤오밍(張小明) 교수는 발표문을 통해 “한국전쟁은 북한이 남한에 대해 대규모 군사공격을 개시하면서 발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장 교수는 “중국 지도부는 한국전쟁 발발 이전 김일성이 남한에 군사적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는 계획을 알고 있었다”며 “당시 소련 최고지도자인 스탈린이 재가를 한 이후 (중국도) 마지못해 참전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또 10월27일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인민해방군 국방대학 교수인 쉬옌 소장의 북한의 남침을 사실상 인정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쉬 교수는 기고문에서 “최근 러시아 기밀자료가 공개됨으로써 조선전쟁(한국전쟁) 발발의 유래는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한국전쟁이 북한의 전면 공격에 의해 개시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후대 사람들이 이해관계와 정략에 따라 호도한들 뒤바뀌지 않는다. 이번 중국 유력인사의 발언 논란으로 우리 스스로도 6·25전쟁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김광식 박사는 지난 6월 23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주최한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5월 28·29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6·25전쟁의 발발 연도를 안다고 한 응답은 70.1%로 나타났다. 그러나 15~19세 연령층에서는 47%, 20~29세 연령층에서는 49.4%만이 전쟁 발발 연도를 안다고 응답했다. 연령층이 낮을수록 6·25전쟁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사례로 보인다. 6·25전쟁이 200만 명의 사상자와 1000만 명의 이산가족을 남기고 일시 중지된 정전(停戰) 상태에 놓였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역사 지식마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안타깝다. 그나마 전쟁이 발발한다면 군에 입대하거나 돕겠다는 응답이 77.7%에 달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 정치·행정의 심장부인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기념 조형물에는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평화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의미 있는 말이다. 김귀근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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