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이 되는 올해 초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할 수 있을까 우려했지만 마침내 이뤄낸 것이다. 어려움도 많았고, 그래서 그만 둬 버릴까 망설이기도 했다.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지내다 보니 아내의 근심어린 시선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좋은 일도 많았다. 넘치는 읽을거리로 생각을 넓히며 리포트와 논문을 작성했다. 더 나은 방안을 찾으며 앞날을 내다보고 달리는 젊은 청년으로 돌아가야 했다.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과 홀로 외국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딸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람직한 시간이기도 했다.
바보스러운 자료정리가 시작이었다. 전역을 눈앞에 두고 골몰하자니 그만두라고들 충고했다. 이제 와서 그렇게 한다고 진급을 시켜줄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줄 것도 아니니 편히 쉬라고 했다. 그러나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공직자 출신으로서의 도리라 생각해서 계속했다. 그것이 이렇게 학위로 연결된 것이다. 우직한 바보짓이 개인의 영광이자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변화된 것이다.
현역에서 물러난 이즈음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다들 무엇을 할지, 어떻게 소일할지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는 터에 자신만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을 가진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남들까지 즐겁고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작은 한 분야이나마 자기만의 경험과 생각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은 보람된 일이다. 그러고 보니 환갑 선물로 자신에게 박사학위라는 괜찮은 선물을 한 셈이다.
자신을 믿고 꾸준히 시간을 투자하며 노력한 자기 사랑의 결정체.
모두로부터 인정받는 부수효과까지 얻었다. 체념해 손을 놓아버리지 않고 움직인 결과다. “이 나이에 무슨 ~ ”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하고 모험한 산물이다. 실패도 있었고 좌절도 맛보았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계속 나아간 덕분이다. 순간순간의 실패도 계속하면 성공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자 단계로 변한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체질화한 기간이었다.
또 다른 선물을 준비한다. 이 세상에 왔다 가는 기념으로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남기고 갈 수 있다면 성공이 아니겠는가. 5년 아니 10년이면 어떠랴. 통계청 자료를 보면 특별한 병에 걸리지 않고 사고만 없다면 90세까지는 살아야 한다. 시간은 충분하다.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하면 된다. 지금처럼 체력을 관리하고 게으름 부리지 않으면 된다. 늙었다는 말, 귀찮다는 말은 아예 입에 올리지 말자. 힘들고 어렵더라도 계속 하면 되게 마련이다.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중도에 그만두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
포기하는 순간이야말로 실패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즐기면서 느긋하게 하면 된다.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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