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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안경에서 얻는 교훈(금기연) 조회수 11292
작성자 4 작성일 200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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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인가 눈이 침침해 잘 보이지 않는다. 글자가 겹쳐 보이며 애써 읽으려니 짜증이 절로 난다. 책을 잡고 있으면 머리까지 아파 온다. 원시안이 된 것이다. 안경을 맞춘다. 가까운 글씨가 거짓말처럼 선명히 보인다. 책읽기가 이렇게 좋아지다니. 미련스럽게 버틴 지난 세월이 후회까지 된다.

책을 읽던 중 주위를 둘러보다 깜짝 놀란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시야가 어른거린다. 안경을 벗고 쓰기를 번갈아 하다 노인네의 모습을 떠올리고 따라한다. 안경을 밑으로 내려 코 위에 걸치고 책을 보다가, 먼 곳을 봐야 할 경우엔 안경을 통하지 않고 맨눈으로 보는 것이다.

2중초점 안경이란 것을 알고 어색함에서 벗어난다. 편안하게 정상적으로 쓴 안경 하나로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볼 수 있어 아주 편리하다. 흠이라면 안경 렌즈 아랫부분에 위치한 돋보기가 표가 나는 정도. 그런데 자동차에 단 내비게이션의 지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먼 곳도 가까운 곳도 아닌 중간 거리이기 때문이다.

누진 다초점 렌즈를 소개받는다. 한 안경으로 가까운 곳과 먼 곳은 물론, 중간 거리까지 볼 수 있다. 2중초점 안경처럼 표가 나지 않아 모양도 괜찮다. 그런데 꽤 비싸다. 적응하는 데도 몇 달이나 걸린다. 아예 다른 안경은 끼지 않고 노력해 적응에 성공한다. 하나의 안경으로 모든 것을 두루 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간 안경에 들어간 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여전히 한계가 있다. 우선 잘 보이는 시야가 좁다. 고개가 향하고 있는 방향에서는 잘 보이지만 시선이 정면에서 조금 벗어나면 초점이 맞지 않는다. 불편한 때도 있지만 무엇이든 눈을 흘겨서 보지 않으니 장점도 있다. 대상의 거리에 따라 눈동자를 아래 위로 굴려 초점을 맞추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맞는 안경을 통해 보는 세상은 별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아 모르고 지냈지만 선명하게 보이는 안경을 쓰고 보니 여기저기가 온통 먼지투성이다. 이렇게 나빠진 눈이나 엉터리 안경을 통해 보면 실제와 다른 것을 사실이라고 착각하며 태연할 수 있다.

그런데 있는 대로 보지 못하고 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노력한다고 과연 결과가 좋을 수 있을까? 환경이 바뀌고 여건이 달라졌는데도 이전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나빠진 눈에 예전 안경을 계속 쓰는 격이다. 열심히 산다고는 하지만 우리도 이럴지 모른다. 실패에 지나치게 좌절하거나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하는 것도 마음의 눈에 맞는 안경이 없기 때문이다.

맞는 안경을 썼다고 모두 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사용자의 마음에 달렸다. 안경만이 아니다. 자동차나 집, 돈도 마찬가지다. 권력이나 능력, 사람도 다르지 않다. 얻기도 어렵지만 잘 쓰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얻지 않은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금기연 한국문인협회 회원>
[ 2009년 08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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