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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 산골에서 유기농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 매일 같이 쫓고 쫓기며 까치들과 싸움을 하다가 참으로 희귀한 장면을 목격했다.
윗밭에는 검정 약콩과 흰콩(메주콩)의 모종밭을 만들어 놓고, 이곳저곳 밭두렁과 고추밭 옆 빈 땅에는 종렬 30cm 횡렬 50cm 정도의 간격으로 정확하게 대오를 맞춰 가장 맛있는 ‘서리태 콩’을 한 구덩이당 세 알씩 심었다.
콩을 세 알씩 심는 데는 특별한 까닭이 있었다. 처음 농사일을 시작할 때 마을에 사는 80세가 넘으신 어르신께서 씨앗을 심을 때 세 알씩 심는 이유를 말하며 “한 알은 땅이 먹고, 또 한 알은 새가 먹고, 나머지 한 알은 잘 자라서 농부의 몫이 되네…, 그것이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는 참다운 농군의 마음이고 생활이니, 너무 무리한 욕심이나 큰 기대는 하지 말고 순리대로 농사를 지어야 하네”라는 훌륭한 가르침을 줘 그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어르신께서 주신 가르침을 무너뜨린 것은 바로 ‘까치 떼’들이었다. 부부가 열심히 심어 놓고 다른 일을 하다 쉬고 계시던 어머니께 자랑하려고 서리태 밭으로 모시고 갔다 그만 황당한 현장을 보게 됐다. 그토록 열심히 심은 콩을 알뜰하게 까치 떼들이 모조리 먹어치운 것이다. 어쩜 한 구덩이도 남기지 않고, 불과 두어 시간 만에.
어느날 60세가 넘은 두 집 노인 다섯 명이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한담하고 있을 때 바로 옆 산에 본거지를 둔 까치 두 마리가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크게 울어대고, 또다시 솟구쳐 울어대는 일을 몇 차례 반복하고는 자기들 근거지 숲으로 날아 갔다. 잠시 후 맞은편 산 쪽에서 수십 마리의 까치 떼들이 패거리로 날아와서 숲속 나뭇가지에 모여들었다.
여기저기서 날아온 까치들이 떼거리로 한 곳에 모였는데도 너무나 조용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어떤 회의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음료수를 마시고 또 담배 한 대를 다 피울 때쯤 주변 산에서 날아 왔던 까치들은 다시 떼거리로 자기들 영역 쪽으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이런 희한한 광경을 볼 때 까치들의 세계에도 그들 간에 의사소통과 어떤 질서가 있구나 하는 신비감을 가진다. 그리고 무척 영리한 새라는 것도 인정한다. 꿩들은 머리를 푹 박고 먹이를 먹다 가까운 곳에서 인기척을 느끼면 황급하게 도망 치는데, 까치는 절대로 처음부터 떼거리로 몰려오지 않는다. 한두 마리가 큰 나무 위에서 꼭 정찰을 한다.
먹이도 맛있는 것부터 먼저 먹는다. 파랗고 떫은 감은 절대 건드리지 않고 잘 익어 단맛이 나는 것만 쪼아 먹는다. 세 그루 심어 놓은 배나무도 마찬가지다. 봉지를 씌어 놓아도 소용없다. 그물을 쳐 놓으니까 그물 밑으로 들어가 먼저 맛을 보고 간다.까치는 이제 농군들에게는 향수를 느끼는 친구가 아니라 적이 되고 있다.
<홍종도 (예) 공군대령·전 공군본부 정훈감 hongdo122@lycos.co.kr>
200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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