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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동기들이 모였다. 집으로 들어서자 모두들 거실에 걸린 큰 사진을 바라본다. 몇 년 전 밤을 달려 한계령에 도착한 뒤 칠흑같이 어두운 산길을 랜턴으로 비추며 달음질 쳐서 어렵게 찍은 설악산의 공룡능선이다. 사진을 찍던 당시를 회상하며 설명을 한다.
“동해에서 떠오른 해가 1708m의 정상 대청봉 위로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내자 눈부신 햇빛이 훨씬 아래에 위치한 1275m 봉우리의 꼭대기를 비추기 시작한다. 아직 어둠에 묻혀 신비감을 더해 주는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유난히 뾰족한 1275봉에 불이 붙는다. 때마침 산꼭대기 단풍이 절정을 이룬 시기. 황홀할 정도로 붉은 단풍에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광채를 더하니 햇빛이 닿는 부분은 불바다를 이룬다. 분위기를 살리느라 운해마저 능선과 계곡 여기저기를 적절하게 휘감으며 멋진 풍광에 한몫을 한다.”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한참을 바라보더니 충고를 한다. “액자를 바꾸면 훨씬 더 좋겠다.”똑같은 풍경이나 인물도 액자가 달라지면 느낌이 달라진다.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기왕이면 그림에 어울리는, 그래서 그림의 가치를 높이는 액자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좋은 그림은 그에 어울리는 좋은 액자로 내용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 어울리지 않거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라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
심리학에서 쓴다는 ‘리프레이밍’(Reframing)이란 말이 생각난다. 리프레이밍이란 그림이나 사진은 그대로 두고 프레임(frame : 액자)을 새로 바꾼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살아가면서 겪는 일 자체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바로 액자 속의 그림 또는 사진처럼. 그러나 그런 일에 대응하는 생각과 태도는 액자를 바꾸는 것처럼 우리가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그림의 알맹이가 자기 자신이라고 하자.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나쁜 일이라 해도 모두 나쁘지만은 않다. 각도를 달리해 보면 좋은 면도 반드시 있다. 알고 보면 좋은 면이 더 클 경우도 있다. 그래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그런데 통상 부정적인 것에 길들여지다 보니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이 부정적인 것이다. 그래서 긍정적인 것은 찾기 어려울뿐더러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가치를 깎아내리는 부정적인 생각과 태도는 액자를 바꾸듯 가치를 높여 주는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야 한다. “군생활이 너무 힘들다”가 아니라 “힘들지만 장관이나 국회의원 자격을 얻는 중이다”로, “대충 몸만 성하게 군생활을 끝내면 된蔑굔?“군생활을 잘 활용해서 인생의 기반을 닦는다” 등으로 말이다.
액자를 바꾸면 현실은 발전의 터전이 된다. 좋은 기회를 찾아낸다. 군생활이 힘들게만 느껴지는가? 평생 친구를 사귀고, 희귀하고 값진 경험을 하며, 체력과 자신감을 기르고, 인생을 설계하는 계기가 된다. 새해엔 멋지게 리프레이밍해 보자.
<금기연 (예) 공군준장>
[ 2009년 02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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