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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황야에서 마주친 늑대 조회수 10033
작성자 4 작성일 2008.09.03
“아! 어쩌지? 외국에서 짐승 밥이 되다니….” 갑자기 나타난 늑대 두 마리에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미국을 제대로 체험해 보겠다며 대륙횡단에 나서던 모습, 차 안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아빠가 돌아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철부지 딸, 유학 간 아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어머니, 금소령은 틀림없이 좋은 결과를 갖고 돌아올 것이라며 기대해 마지않는 선후배와 동료들…. 그런데 이상했다. 물어 뜯기고 피투성이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무거운 공포 가운데 희망이 고개를 내민다. 눈앞의 녀석이 늑대가 아닐지도 모른다. 혹시나 하고 발을 조금 움직여 본다. 사나운 짖음과 함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지만 해치지는 않는다. 한 번 더 해 본다. 마찬가지다. 전투조종사의 기분을 만끽하던 애송이 시절이 떠올랐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젊은 기분에 밤늦게까지 시내를 휘젓고 다니다가 심야에 돌아오는 객기가 용납되던 시절. 넓은 비행장을 빙 둘러 가는 대신 알코올의 만용으로 지름길을 택했고, 초병이 풀어놓은 군견에게 지금과 같은 곤경을 당했던 그 기억. 훈련받은 군견은 사람을 해치지 않았다. 맞아! 눈앞의 녀석은 늑대가 아니다. 최고의 훈련을 받은 개(犬)가 분명하다. 휴우! 이젠 살았다. 그렇다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침착하게 가서 주인을 데려 오라는 말을 반복한다. “Go and call your master. Go and call your master.” 마침내 한 녀석이 뛰어간다. 희망이 커진다. 다른 녀석이 계속 감시하는 가운데 질식할 것 같은 긴 시간이 흐른다. 침입자가 있음을 알리러 간 그 녀석이 과연 술 취한 주인을 깨워 데리고 올 수 있을까?아! 마침내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몇 시간 전, 주유소에 붙은 지도를 들고 찾아갔던 그의 집. 크리스마스 이브지만 넓은 황야에서 혹시나 연료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지도를 붙여 놓길 잘 했다며 생색을 내던 주인. 그러나 자동차가 고장 나 도움이 필요하다는 부탁에 성탄전야라며 매정하게 돌아선다. 이럴 수가! 겨울의 황야에서 얼어 죽어도 상관이 없다? 애원과 거절이 몇 번 반복된다. 실랑이 중 그의 주유소 앞에 차가 있음을 알고서야 내키지 않는 도움을 준다. 밥을 지어 먹느라, 짐 정리 하느라, 개를 시켜 당신을 불러오느라 긴 시간이 지났다고 설명한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먼 곳에서 도움을 청하러 온 줄 알았단다. 만백성이 쉬는 성탄절에 멀리까지 가서 남의 차를 고치고 싶지는 않았단다.다급했던 위기의 순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젊은 시절의 엉뚱한 경험 덕분. 젊은 날의 여러 경험은 언젠가는 보탬이 되기 마련이다. “젊은 날의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고 한다. 고생을 하라는 것은 다양한 경험을 해 보라는 것. 군이야말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제공한다. 기회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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