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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조종사의 날과 빨간마후라 조회수 9005
작성자 4 작성일 2008.07.08
‘정비로!’ ‘품질로!’ 지난해 2월 공군 주력 전투기인 KF-16의 서해 추락 후 공군과의 회식자리에서 일부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내놓은 새 구호였다. 이전까지 회식자리의 단골메뉴는 미래 항공우주 군으로 웅비를 꿈꾸는 공군의 의지가 담긴 ‘하늘로!’ ‘우주로!’였다. 새 구호는 ‘정비 불량과 정비기록서 조작’으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공군에 대해 “항공우주 군이 되려면 정비부터 제대로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따끔한 질책과 함께 격려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끝없이 추락하던 공군은 엄청난 후유증으로 참모총장이 교체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공군의 새 조종간을 잡은 김은기 총장은 ‘정비 전쟁’을 선포하며 1년이 넘게 대수술을 단행해 왔다. 역대 총장들이 수십조 원의 천문학적 돈이 드는 전투기 전력증강 등 신규 획득사업에 치중한 나머지 노후장비 도태 문제 등 정비예산 문제를 등한시했다며 공군의 경영전반을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로부터 1년 5개월 남짓 지난 2008년 7월 3일. 6·25 참전 조종사들을 초청해 서울 동작구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열린 오찬 자리에서 김총장은 ‘하늘로!’ ‘우주로!’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이날 대한민국 최초 전투기인 F-51 머스탱의 첫 출격일인 1950년 7월 3일을 기념해 열린 ‘조종사의 날’ 선포식과 함께 원로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제작한 ‘명품 빨간 마후라’ 헌정식이 열렸다. ‘조종사의 날’은 외국군에 전례가 없는 행사로, 공군이 비로소 정비 전쟁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비상을 위한 용틀임의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공군은 이날을 매년 ‘비행 없는 날’이자 ‘정비의 날’로 정했다.6·25전쟁 참전 공군 조종사는 모두 64명으로 약 40%인 27명이 전사했다고 한다. 이날 참석한 장성환 전 공군참모총장은 58년 전 7월 1일 일본 후쿠오카(福岡) 이다츠케(板付) 기지에서 10대의 F-51 머스탱 전투기를 단 한 차례 30분 정도밖에 훈련 기회를 갖지 못한 10명의 한국 공군 최초 조종사가 2일 대한해협을 건너 3일 전투기를 몰고 적진으로 출격했다고 회고했다. 앙드레 김 명품 빨간 머플러 헌정식 역시 비운의 ‘빨간 마후라’ 부자(父子)의 희생정신과 애국심을 기리기 위한 이벤트로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 박명렬 소령이 84년 F-4E 팬텀기를 몰고 팀스피리트 훈련 도중 추락한 데 이어 아들 박인철 대위가 2007년 7월 서해상에서 KF-16을 몰고 야간 임무수행 중 순직한 것이다. 공군 창군 당시 조종사들은 10대의 초라한 F-51 전투기를 타고 훈련도 제대로 못한 채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서 구했다. ‘빨간 마후라’의 혼으로 무장했기에 우리 공군은 58년 만에 전 세계 230여 개국 가운데 7∼8위의 공군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내년 10월 공군 창군 60주년을 앞두고 낡은 옷을 새 옷으로 갈아입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으로 웅비하게 될 공군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 달라”는 김총장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크다. <정충신 문화일보 사회부 차장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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