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광장 > 안보논단
 
제 목 뒤늦게 공부를 다시 시작한 이유 조회수 9032
작성자 4 작성일 2008.07.08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요즈음 왜 그리 바쁘냐는 물음에, 박사과정에 등록했고 읽고 써야 하는 것들이 만만치 않아 그렇게 됐다고 이실직고를 하면 그 반응들이 재미있다. ‘적지 않은 나이에… ’ 하며 격려하는 이에서부터 ‘이제 와서 무엇 하려고… ’ 하는 사람들까지.공부에 전념하노라면 내 나이가 환갑에 가까운지 어떤지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더 이상 노신사나 예비역 장군이 아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조금씩 깨닫는 기쁨에 가슴이 뛴다.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안달하는 백수와는 더욱 거리가 멀다. 열심히 4개월을 공부에 파묻힌 다음 주어지는 2개월의 방학을 알차게 보내게 된다. 어떻게 하면 좋은 리포트를 작성하고 좋은 논문을 쓸 것인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식으로 접근할 것인지 등 항상 앞으로의 계획에 골몰하게 된다. 청년과 노인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으니 ‘지나간 옛이야기만 늘어놓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늙은이, 다가올 앞날을 이야기하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젊은이’인데, 공부를 하는 한 나는 절대적으로 젊은이가 된다. 이 어찌 신나는 일이 아니겠는가. 아들에게 강요를 하지 않아도 좀 쉬어가면서 하라고 걱정할 정도로 모범(?)이 되니 이 또한 생각지도 않게 주어지는 덤이다. 온종일 집안에 있더라도 참견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골몰하니 하루 세끼를 꼬박 집에서 먹으면서도 눈치를 보지 않게 된다. 덕분에 말은 하지 않아도 아빠로서의 권위가 더욱 강화되는 느낌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많은 사람이 쉰 근처에서 전역이나 퇴직을 계기로 자의든 타의든 휴식을 선택한다. 오래 힘들게 일했으니 얼마간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해도 체면이나 기호 등을 고려하면 마땅한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낯선 일에 뛰어들기는 점점 더 두려워지고, 나이를 먹어가며 용기도 사라진다. 그렇다고 혼자 무언가를 하기도 쉽지 않아 하루하루를 그렇게 지낸다. 가슴이 뛰거나 의미 있는 일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쉰에 죽는 것이다. 한편, 의술이 발달하고 제도가 좋아져 수명은 늘어난다. 55세 남자의 기대 여명이 26년이니 81세까지 살 것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암이나 고혈압, 사고만 없으면 10년을 더 살게 된다고 하니(2007. 12. 통계청) 90을 사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니다. 땅 속에 묻히는 시기가 100을 넘기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오래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쉰에 죽고 백에 묻히는 일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무언가 뜻 있는 일, 그 일을 함으로써 보람을 느끼는 일을 찾아볼 일이다. 나이 들어 무력해지지 않고 세월에 구애받지 않는 무엇을 찾아야 한다. ‘군 출신이라 할 게 없다’가 아니라 ‘군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찾아내야 할 것이다. 아직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무시하기보다 우리 장병들도 미리미리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이전 직업군인의 3가지 금기
다음 조종사의 날과 빨간마후라
 
전체댓글수총0개
 
  1